이덕용2012.06.10 16:10

20여 년 전, 이민 오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하다가 고른 곳이 지리산이었다. 구례까지 밤 기차로 달려 화엄사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밤새 헉헉대며 노고단에 도착했더니, 자동차로 미리 올라와서 점심 편하게 먹고 있는 등반객을 보면서 허탈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세석평전...천황봉...남원으로 내려 오는 2박 3일 간의 종주가 아마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을 긴 산행이었던 것 같다. 넉넉한 여인의 품 같기도 했지만, 이념 투쟁 속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스러져갔을 안타까운 사연들이 골짜기 마다 느껴지던 눈물의 산으로 기억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