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 도솔천계곡에서
선운산 도솔천 계곡 끝자락에는 도솔암이 있고,
거기서 산길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누구나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마애불이 커다란 바위 절벽에 하나 가득 새겨져 있다.
33천 중에서 네번째 하늘에 해당하는 도솔천에서는 미륵불이 태어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가 바로 그 미륵불인가 싶다.
대부분은 여기까지 와서 그냥 발길을 돌리는데 기왕 다리품 판 김에
내원궁 일주문 지나 가파른 계단 끝까지 올라가보는 게 좋다.
선운산 도솔천계곡에서
수 천 수 만 송이 붉은 목숨과도 같은 동백이 지고나면 선운사 계곡에는 어김없이 벚꽃이 핀다. 그리고 그마
저 꽃비처럼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봄을 마감하면 계곡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맞이한다. 가사 없이 곡만
전해오는 <선운산가>와 더불어 사계절 자연은 물 흐르듯 그렇게 스쳐가고, ‘추사’도 가고 ‘백파’도 갔으며,
<禪雲寺 洞口>를 노래한 ‘미당’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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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와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산은 전라북도의 도립공원으로 그 높이가 불과 336미터에 불과하다. 형제
처럼 올망졸망 솟아있는 주변의 바위 봉우리들 역시 4백미터 남짓한 낮은 산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로
는 그보다 훨씬 높은 국립공원의 산들 못지않다.
가수 송창식이 노래했으며, 최영미 시인이 읊음으로 해서, 또 유홍준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예찬함으로써
선운사, 그리고 선운산은 천연기념물이나 보물급 문화재 이상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갖기에 이른 셈이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가 첫 번째로 실려있는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나올 무렵인 1990년대 초
반, 선운산에는 한 무리의 젊은 등반가들이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투구바위며 속살바위 등 곳
곳의 암벽에는 이들이 흘린 땀의 결정체가 고스란히 또 다른 의미의 시로 탄생했다. 그리하여 선운산은 당당
히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메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을 얻기에 이른다. 올 봄에는 선운산 암장에 “클
라이밍이 인생 그 자체”라는 독일의 뛰어난 등반가 슈테판 글로바츠가 다녀가기도 했다.
꽃이 지고도 한참 지난 한 여름, 온통 짙푸른 나무 그늘이 흡사 동굴처럼 드리운 선운사 계곡을 걸었던 적이
있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영영 한참”이라고 했던가. 서른에 잔치를 끝장 낸 그 시인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선운사 동구에서 도솔암에 이르는 길은 또 다른 별천지를 이룬다. 이 길에서 시간은
잠시 멈추고 형언할 수 없는 가락의 노래가 남으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환희와 더불어 영혼은 마냥 자유로
워진다. 도솔암까지 한 시간 남짓 걷는 사이 모든 이들의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할 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욕
계의 여섯 하늘 중에서 미륵이 태어난다고 하는 네 번째 하늘 ‘도솔천(兜率天)’이 주는 선물일 게다.
*불교설화에서 수미산(須彌山) 꼭대기로부터 12유순(由旬)이나 되는 곳에 도솔천이라는 천계(天界)가 있고, 거기에 내원궁·외원궁이 있는데 미륵보살은 그 내원에 거처하면서 석가의 교화(敎化)를 받지 못한 중생(衆生)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남섬부주(南贍部州)에 하생(下生)하여 성불(成佛)할 시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글 사진/김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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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제가 가보았던 선운사인데
내 눈엔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며 본 그런 광경만 남아있는건 뭔일이지?ㅋㅋ
보는 만큼 보이는게 아니라 아는만큼 보여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