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있는 요즈음!!

by 김기복 posted Feb 12,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즘 출연하고 있는 KBS 대하드라마 <근초고왕>  촬영차  금요일인 어제  촬영장인 문경을 다녀왔다.

작품 초기에는 좋은 풍광을 담기 위해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 경상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이제 시간이 촉박하여 메인 세트장인 문경과 가은에서만 거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대하드라마는 작품에 힘을 주기위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녀야만 하는 제작 초기가 제일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극은 분장, 무거운 갑옷에 전투씬과 승마, 장소 이동 등 현대물에 비해 힘들고 고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사극을 주로 출연했기에, 이럼 힘든 것도 일상이 되어 크게 어렵다고 여기지 않고 잘 견뎌내고 있다.

 

요즘  일을 하며 크게 느끼는 것은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니겠나 하는 것이다.

이전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나 별 느낌 없었던 장면들이 그렇게 새삼스러울 수가 없다.

연기 중에도 작업 후 세트장이나 촬영장을 나서는 그때까지도.

작품 출연을 오랫만에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순간의 느낌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 2005년  <이순신> 을 촬영할 때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후배들에게  " 힘들겠지만 일 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것 보단 나으니, 절대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이 때가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라고 충고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지금 나한테 적용되는 말이었고 나한테 해야 할 말을 과거 내 스스로 했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 아니겠나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는 나는 어쩌면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유명배우가 되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대목에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고 서러움도 많다.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되고 뽑혀야 무대나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기에.

그런 과정과 아픔 없이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어제 오전 촬영이 끝나고 분장실에 오래동안 처박혀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것도 답답하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담벼락에 의자를 놓고 해바라기를 하며 다음 회 대사를 암기했다.

그 햇볕이 그렇게 따스하고 포근할 수가 없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도 말이다.

분명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에 따스하게 느껴졌을 뿐 실상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눈길을 말달리는 그 순간의 느낌도 달리 느껴졌다. 

 

이러한 순간 순간 모두를 소중하고 뜻깊게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것이 요즈음 내 심정이다.

그리고 순간 순간 느끼는 이 조그만 행복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하는 것도 요즈음 내 바램이다. 

 

이런 변화가 나이 때문이라면 정말 서러운 일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 이제 촬영 녹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작년 9월 첫촬영에 들어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원래는  총 60회 중 30회 정도를 출연하기로 했었는데, 감독의 배려인지 한 10회 더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이 작은 행운마저도 일상에 대한 요즈음의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면 너무 큰 비약일까?

 

이회장, 홍대장!

아직 출연료 계약을 하지 못해 출연료를 못 받았다.

따라서 사방구는 후를 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