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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헌법 제1조를 욕되게 하지 말라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정육점 앞에 서 있는 긴 행렬의 사진이 눈에 밟힌다.
얼마나 싸고 맛있는지, 질기지 않고 연해서 오랜 만에 포식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념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으나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이 주는 힘이다.
이렇게 맘 놓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한 초기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진정으로 감사한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골프 카트를 손수 운전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여준
이명박 최고경영자(CEO)로 하여금, 그를 당선시켜준 국민을 향한 초심을 되찾아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분명한 계기를 준 시민의 힘,
그게 바로 우리들 대한국민의 저력이다. 권력만을 탐하여 천신만고 이를 손에 넣은 위정자들,
그에 기생하는 무리들, 그리고 일상의 안위에 자만하고 거들먹거리는 관료들이 나빴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시위는 장래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2보 전진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1보의 후퇴였다. 쇠파이프와 망치, 낫 등으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권을
때려 법치주의의 기초인 공권력을 망가뜨린 무규범적 행태는 한국이 과연 국가인지를 되묻게 했다.

국민은 주권자이고 주권자는 공권력의 근거가 되는 법을 만드는 원천이므로
국민 스스로 ‘이건 악법이다’ 하면서 실정법과 공권력에 불복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건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과 제2항의 국민주권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 이후의 헌법국가는 국민이 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법과 공권력에 복종하는
자기 구속의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해서만 그 성립이 가능했다. 그게 법치국가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나 불교시국법회추진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종교 단체의 잇단 집회가 반정부 등 새로운 구호를 내건다면
그것은 시민들이 벌인 한판 쇠고기 마당극을 마무리하는
법치주의 회복의 의식(儀式)으로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의제를 내거는 것이라면 달리 평가받아야 한다.
이미 한판 마당은 끝난 것이다. 지금을 비상시국이라 한다면
그것은 공권력이 무너진 이 상황에 알맞은 말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더 인정돼야 한다고 한 국제엠네스티는 잘못 본 것이다.
새 마당극은 이제 국회에 넘겨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이미 자신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극적으로 표현했다.
이 이상으로 더 가는 것은 자타 공멸의 무규범 상태에서 국가의 존재와 헌정 질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공권력을 노리개 삼아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겠다는 사람들의 먹을 권리를 해치는 것이다.
이제 그 바통은 대의 민주주의의 본거지인 국회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는 물론 정부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존재 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검찰과 법원의 역할은 크다.
법의 권위와 규범력을 사법부가 지켜 주지 못하는 한 직접 민주주의라는 이름 뒤에 숨은
군중주의의 ‘떼법’은 인민재판의 형식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허물고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인권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관대한 판결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용기 부족에 기인하는 바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와 헌정의 앞날을 흐리는 것은 언제나 극소수의 일부다.
데모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상한 전경들이 의인이지, 이들을 때린 시위대가 열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번 제헌절에는 국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

[[강경근 / 숭실대 교수·헌법학]]

기사 게재 일자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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