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영수 | |
010 8323 3588 | |
영수 전화 안받네. | |
영수가 죽었다. | |
이제는 전화 받을 일도 없고 얼굴 볼 일도 없다. | |
영수가 죽기 이틀 전, | |
산소호흡기의 검은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며칠을 주저하다가 | |
도저히 그냥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다. | |
470번 시내버스 차창 밖, | |
한낮의 해는 빛나고 무더운데 | |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 |
옆자리의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보다가 힐끗 쳐다본다. | |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네가 너무 가엾다. | |
이렇게 빨리 가려고 그렇게 많이 다정했었나? | |
밤낮으로 불러내도 싫은 표정 없이 같이 있어서 좋았는데.. | |
새벽에 헤어질 때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아서 좋았었는데.. | |
그때 너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나? | |
이제는 남대문에서 닭곰탕 먹을 일도, 버드나무 집에서 국밥 먹을 일도 없겠다. | |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겠지만 가끔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 |
파주 지나는 길에 종종 들를께. | |
핸드폰 번호 바꾸지 말고 잘 간직하고 있어라. | |
먼 훗날 전화할게. | |
잘가라 영수야. | |
네가 살아있는 동안 많이 행복했고 그래서 네가 많이 그리운 친구 만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