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6 17:51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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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작년 초 썼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의미도 그러하고 감회가 새롭다.***

짜장면!!

내가 인터넷 카페란 곳에 등록한 것이 십년도 넘으니 꽤 오래전이다. 다들 글쟁이니 글 모임에 들어갔겠지 하지만 음악카페였고 거기서 음악을 들은 소감을 쓰기 시작한 것이 내 경우 글쓰기 첫 자취생활이었다. 그런데 실제 처음 내가 들어간 카페는 음악모임도 아니고 엉뚱하게 시리 짜장면 되찾기 운동본부(cafe.daum.net/jjajjajjajang).

한때 짜장면은 표준말이 아니고, 자장면이 표준말인 때가 있었다. 당시 시인 안도현은 어른을 위한 동화 <짜장면>에서, 자기는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장면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것일 뿐, ‘짜장면의 추억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맞춤법이라고 하여 자장면이라 할 수는 없을 뿐더러 어느 중국집도짜장면일 뿐이라고 불렀다

그 무렵 내가 항의차원에서 동참을 하려 들어간 카페가 바로 회원이 18명(맨 처음에는 나까지 18명이었다)인 다음카페의짜장면 되찾기 국민운동본부’(jjajjajjajang)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연상하고 들어갔는데 들여다 본 즉 너무 재미있었다. 이하 몇을 옮긴다.

(구호는?)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짬뽕은 잠봉이다 반대! 자장면! 회원은 32인 개설일 2002 11주인 짜짜짜장 랭킹 4단계

(본부 창당시 주인의 변을 요약하면?)

최근에 '짜장면'이란 명칭을 '자장면'으로 고쳐서 쓰는 경향과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시발점은 5천만 국민, 아니 남북한 7천만 겨레가 수십 년간을 사용해온 짜장면이란 명칭을 보수 국문학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장면'표준어라 주장하며 개칭을 강요(?)하자 공중파와 출판매체들이 표준어 사용이라는 명분하에 모조리 '자장면'이라 부르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

<짜장면 되찾기 운동본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시대 퇴행적 주장에 반대하면서, '자장면'을 강요하고 있는 국문학자와 언론들을 향해 대중의 정서에 위배되는 언어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 요청한다! 참으로 이것은 대중의 정서와 뜻을 무시하는 일부 국문학자들의 보수 회귀적 발상에서 나온 억지 주장과 선동인 것이다. 짜장면의 한자상의 원래 발음이 '자장면'임은 우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자의 중국식 발음은 오히려 '짜장면'에 가깝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수십 년 간 '대중적 합의'아래 사용해온 명칭을 대중들의 동의 없이 멋대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알만한 국문학자들이 언어를 마치 죽은 화석으로 취급하는 작태에 불과하다. 언어는 생물과 같다. 언어학자들도 언어의 변화 주기를 30-40년으로 잡는다. 그러므로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중의 합의'인 것이다.

어제의 슬랭이 수십 년 간 대중들의 사용으로 나중에 표준어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짜장면은 이미 대중들의 표준어로 사용되어 왔고, 오랫동안 한민족의 삶의 자리에 함께 한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 와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럼 차라리 상투도 다시 틀자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요구와 주장을 선언한다.

-. 우리는 자장면을 원치 않는다. 국민의 명칭 짜장면을 다시 돌려달라!

-.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짬뽕은 잠봉이다!

-. 모든 공중파와 언론매체는 이제부터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으로 정확히 발음하고 표기해 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

-. 한번 짜장면은 영원한 짜장면이다! 짜짜짜장!

(회원들의 주요 주장사항은)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농심에서 나온 짜파게티도 자파게티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자장면 야기만두 잠봉 감풍기로 고쳐야 한다.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주장하는 국내 이상한 국문학자들을 한시라도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바보 같은 인간이 강단에 서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차제로,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1년 첫 생일 잔치 돐을 돌이라고 이상하게 고쳐놓은 것도 되찾고 싶다. 제까짓 것 들 대가리가 돌이면 돌이었지 왜 귀중한 돐을 돌로 고쳐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설겆이를 설거지로 고친 것까지는 봐 줄 수 있다. 그걸 고친 사람이 거지같은 인간이니 그 머리 속에 거지밖에 더 들어있겠는가. 이것까진 봐주지만 짜장면과 돐잔치 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비록 회원이 18명에 불과했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사실 나도 분개했다.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그럼 짜장밥을 자장밥이라 해야 하나. 간짜장을 또 간자장이라고 해야하는 것이고. 우리의 여영원한 동반자인 짜장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인천에 청국지계가 만들어지고, 이때 물밀듯이 들어온 중국인들이 부두 노동자들을 상대로 팔았던 싸구려 음식이다.

곧 중국산둥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밀가루장을 볶아 국수 위에 얹어 비벼 먹게 한 것이 짜장면인데, 그래서 한자로 쓰면 불에 튀길 작(), 간장 장(), 밀가루면()하여 작장면’(炸醬麵)이다. 그런데 ’()은 혀를 입 안으로 깊이 말아 올리면서 에 가깝게 발음되기 때문에 현재의 표준말인 자장면보다는짜장면이 더 맞다. 일본사람들도 즐긴다는 짜장면은 그들 혀 구조상 '자잔면'이지만 우리로서는 실감나는 짜장면이 아닌가. 강렬한 표현이 가능토록 한 세종대왕도 당연 짜장면일 것이다.

푸슬푸슬하게 담은 보리밥 도시락을 콩자반 반찬으로 먹던 아이들이 어느 날 허기져 집으로 돌아 설 때 오거리 못 미쳐 식당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식냄새라니.... 얼기설기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밀가루 반죽을 치고 늘여 국수를 뽑고, 자루 달린 무쇠 냄비를 연탄불 위에 놓고 연방 짜장을 볶는데, 정말 미칠 노릇이 아니었던가. 춥고 배고팠던 그 시절, ‘화폐경제가 있을 리는 없고, 주먹을 불끈 쥐고 집으로 내달리는 우리들 등에 텅 빈 도시락 소리만 달랑달랑 요란했다. 제대로 한 번 먹지 못하고 이제야 소원 풀 듯 동경해 마지 않던 그 짜장면을 말아서 먹어 보자는데 김 팍 새게 자장면이라니.

만일 그 언젠가 꽃이라는 사물에 악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우리 뇌리는 악어를 고움과 아리따움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고 반대로 악어라는 동물에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꽃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포식자로 인식됐을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을 언어의 사회화라고 한다. 언어는 그 사회의 약속이다.

그 약속은 어느 일부의 언어습관에 의해 합의되지 않는다. 결국 서민 사회가 이겼다. 누구든 짜장면이라 하는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짜장면이 표준말이 다시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상은 사회성과 기존의 통념이 충돌할 때가 꽤 많다. 문명이 급속도로 진화하며 숱한 신조어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세대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신조어에 대한 이해도일 정도다.

신조어 중 사회화 과정을 거쳐 후손 대대로 통용될 언어들이 있고 특정 계층 간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다 구시대의 유물로 폐기처분 될 언어들도 있다. 언어의 생사여탈권은 사회화가 쥐고 있는 셈이다.요즘 은어(隱語)나 비어(卑語)는 민망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외계어가 난무한다. 주로 청소년들과 청년층의 대화, 특히 SNS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이를 나무라야 할 언론 특히 방송 예능프로그램들이 되레 나서 외계어를 뿜어내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지천이다.

그들만의 소통 도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로서 자괴감을 느껴야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절대 기특하지는 않다.결국 언어의 사회화는 소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화가 출산한 언어는 세대가 다르더라도, 이념이 다르더라도, 생각이 다르더라도 같은 언어권의 사람들이라면 쉬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선거구 획정도 우리글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켯속까지는 몰라도 액면 그대로는 안다. 다만 왜 국정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정치깨나 한다는 분들이 이미 사회화 과정을 거친 쉬운 언어들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외계어 쓰면서도 창피한 줄 모르는 철부지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해독 불가인 정치형태도 마찬가지다. 모르긴 해도 이번 정부는 눈 멀고 귀 막고 소통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본다. 흡사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우겨대는 것 같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이지 않은 게 너무 많다. 분명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밀가루 반죽을 치고 늘여 국수를 뽑고, 자루 달린 무쇠 냄비를 연탄불 위에 놓고 춘장을 볶는 음식은 영원히 짜장면인 것이고 그것이 사회성이며 곧 전통이다. (2016년 1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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