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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아는 친구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결혼 적령기를 훨 넘은 44살의 나이로 가정을 꾸몄다.
물론 자랑거리는 아니다.
애시당초 결혼할 생각이 없었거나, 그렇다고 반드시 결혼을 하여 우리나라 가구 수를 늘리고, 저출산 해소를 위해 일조를 해야 겠다는 그런 사명감 또한 없었다.
그냥 저냥 놀다보니, 세월은 저 만치 흘러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40이 넘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동생도 나 먼저 결혼을 해버렸고.

그래서 친구 고모의 소개로 알고 지내오던 지금의 집사람과 특별한 이유(?)없이 결혼을 했다.
둘 다 만혼이니 양 어른에 대한 인사 한번으로 만사 OK였다.


우리 집사람은 부산 여자다.
경상도 사람들은 애정 표현을 잘 할줄 모르고, 사근사근하지도 않다.
그 지역 출신들이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런 성격때문에 가끔 충돌도 하고, 서로 힘들어 한 적도 있다.
어릴적 상경하기는 했지만, 나 또한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짓기는 곤란하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 멋도 없고 다정 다감하지도 않지만, 별 탈없이 아들 하나 낳고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그런 아들이 다가오는 월요일 초등학교에 간단다.
우리 나이로 7살이지만, 생일이 빠르다 보니 일찍 보내기는 하는데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다.
엄마닮아 키는 또래보다 크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고.

대학 동기녀석은 딸내미 치운다고 청첩장을 보내 왔는데, 이제사 아들이 초등학교 간다니 이 친구에 비하면 한심하기 이를 때 없다.


이 글을 읽으면서  " 아니, 아들놈 군대보내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야? " 할 친구도 있겠고,
" 나는 아들 딸 유학보내고 걱정없이 지내는데. " 할 친구들도 있겠다.
또 " 자식! 아들 자랑하나?" 하는 친구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걱정보다 앞으로의 걱정이 밀려와 더욱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나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이 아들놈이 내 인생관을 바꿔 놓았고, 생활습관까지 바꿔 버렸다.
내 삶의 의지고 목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내 분과 형편에 넘치게 키워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놈 키우면서 부모님의 사랑과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3남이지만  불평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게 된 것인지 모른다.

우리 집 사람은 가끔 아부성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한다.
" 나중에 당신은 아들한테는 큰 소리 칠 자격이 있다고."
내가 정말 그런 자격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어른들은 자식농사가 무엇보다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나도 때 늦었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식이 내 맘 내 뜻대로 되지는 않을거라는 예상은 해 본다.
나 또한 많은 부모들처럼 우리 아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꼭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인간이 되기를 바래 본다.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건강해야 하고, 조금 더 오래 살아야 한다.
그게 마음 먹은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김      기  복


근영아!

입학 축하하고, 튼튼하게 자라라.
공부 적당히 잘하고.
공부, 그거 인생의 최고가 아니더라.

그리고 학교가서 애들한테 맞지말고.
자꾸 애들이 괴롭히고 때리면 그냥 찍어 버려라.
아빠가 모든 것 다 책임질게.
사랑한다.
                                      - 아빠가 -




* 하도 게시판이 썰렁하길래 한 흔적 남겨 봅니다.


  • ?
    배재철 2008.02.26 21:26
    근영이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 되겠네요.
  • ?
    한희준 2008.02.28 14:58
    그래 철 들어 애를 키우는게 오히려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워낙 철이 없을 때 애가 생겨 지금 돌아보면 애비 노릇을 별로 해준게 없는거 같아 아쉽기만 하다. 기복아 행복해라...
  • ?
    류태용 2008.02.28 15:01
    나도 애가 안생겨 늦게 딸 아들 쌍둥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인생 뭐 있나?
    열심히 잼있게 사는거지.
    기복아!
    힘내고 화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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