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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38&aid=0002448327&sid1=001



한국일보


창립 20주년을 맞은 문학동네 강태형 사장은 "프랑스에는 이미 1980년대에 60권짜리 불문학사가 나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부끄럽게도 한 권짜리 문학사밖에 없다"며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10권으로라도 한국문학사를 정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창립 20주년 맞은 문학동네 강태형 사장

김훈·신경숙·은희경·윤대녕… 스타 작가의 문학적 본적지

문학책 광고·선인세 등 출판계 파격적 시스템 도입

'작가 대우해 주는 출판사' 평가 속 유능한 편집자·작가 편향으로

'출판계의 삼성·블랙홀' 비판도

문학동네 있게 한 책으로는 람세스·연금술사·깊은 슬픔 꼽아

"문학동네의 존재의 이유? 공모전 통한 작가·작품 발굴이지"


출판사 문학동네의 창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1993년 12월 3일 서울 명륜동 우유보급소의 2층 사무실에서 옹색하게 출발했던 작은 출판사가 대한민국의 간판급 출판그룹으로 우뚝 섰으니 당연히 기념할 만하다는 통념은 그 자리에 참석한 면면들이 한결같은 축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색다른 실감으로 다가왔다. "문학동네와 함께 작가로 성장해왔다. "떠올려보니 신경숙 은희경 윤대녕 김영하 김연수 조경란 김훈 등 오늘날 한국문학의 진경을 이루는 작가들은 거개 그 문학적 본적지나 주소지가 문학동네였다. 그러므로 이 출판사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일은 단지 업계 관계자들에게만 귀속되지 않을 터.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한국문학사의 20년을 출판사 연혁과 상당 부분 포개낸 강태형(56) 문학동네 사장을 5일 파주출판단지의 문학동네 사장실에서 만났다. 10년 만에 처음 하는 인터뷰라고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문학동네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였다. 본인은 알았나?

"20년 전 창립식 뒤풀이에서 한 마디 하라길래 "10년 후에는 제가 존경하는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같은 출판사들과 어깨를 견주는…"까지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김훈 선배가 농담 비슷하게 "떽"하더라. 문학 기자였던 그의 감각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던 거지. 규모는 모르겠고…. 다만 문지나 창비 같은, 좋은 문학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학동네의 성공 비결로 세련된 상업주의를 꼽는다. 문학책도 이렇게 파격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구나를 보여줬고, 업계 처음으로 계약서를 쓰고 선인세를 주는 관행도 문학동네 때문에 생겨났다. 좋게 말하면 출판계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 건데.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여러 시도를 하는 와중에 선인세나 계약서 같은 관행이 뿌리를 내렸다고 본다. 문학동네 출범 당시 국내 문학은 문지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민음사가 20%, 창비는 문학으로만 보면 10%, 기타 10% 정도였다. 어떻게든 문지, 창비와 다른 뭔가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문학동네에서 책을 내자고 하면 원고를 아무도 안 줬으니까. 문지, 창비, 민음사가 잘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문학출판사가 과연 필요한가, 많은 고민 끝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신인 발굴과 그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서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게 주효했다.

광고는 처음부터 그 쪽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했다. 광고를 직접 만들었는데, 당시 문지 사장이시던 김병익 선생님이 신문 인터뷰에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광고하면서까지 책 팔고 싶은 생각 없다." 그때 분위기에서 책 광고는 천출들이나 하는 짓이지 선비들이 할 짓이 아니었던 거다.(웃음) 하지만 문학과 문학 출판은 다르다. 문학 출판은 문학작품을 세상에 잘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 폼 잡고 앉아서 개탄이나 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었고,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본격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열심히 알리자, 잘 알리자, 생각했다. 그래서 매년 베스트셀러를 내면서도 초창기에는 번 돈을 홍보에 다 쏟아 붓느라 수익을 내지 못했다."

-아무리 문학을 사랑하고 출판을 사랑해도 기본적으로는 문학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가다. 수익을 창출해야만 하지 않나.

"그래서 수준이 있으면서도 대중성이 있는 외국문학의 번역출판에 심혈을 기울였다. 해외문학은 손해를 봐도 조금만 보고, 수익이 날 때는 극대화된다. 그러면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상호소통하며 동시적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소설이 수상발표 이전에 문학동네와 계약되어 차례로 출간되었다는 것은 문학동네의 안목과 기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문학동네는 아직 젊은 출판사이고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은 출판사다."

문학동네가 만든 책과 문학동네를 만든 책은 사실상 동일한 표현이다. 신경숙의 첫 장편소설 <깊은 슬픔>의 흥행으로 시작한 문학동네의 성공가도는 1990년대 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로 꼽히는 <외딴방>으로 즉각 이어졌으며, 1995년 시작한 문학동네소설상은 1회 수상작이었던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밀어올리며 한국문학의 가장 확실한 젖줄이 되었다.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첫 회 수상작은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조경란의 <식빵 굽는 시간>. 대형 신인이 연달아 탄생하는 이변 속에 문학동네는

-과거 시인이었고, 편집자였다는 것도 문학동네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상업적 감각과도 연관 있을 텐데, 이 책은 되겠다, 이 책은 안 된다 하는 감각의 촉, 아직도 살아있나?

"죽은 지 오래됐다.(웃음) 염현숙 편집국장이 맨날 "사장님 감각이 올드해졌다는 걸 알아야 된다"고 그런다. 하지만 책을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

-언젠가 사석에서 "나는 재능을 사기 위해서라면 어떤 값이라도 치른다"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작품만 좋다면 인간성이나 사생활 같은 건 개의치 않는다는 뜻 같은데.

"엘리어트의 제자인 오든이라는 시인이 퍼스널리티와 캐릭터가 잘 균형 잡힌 사람은 상식적이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술가는 그 간극이 심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괴짜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거다. 주위 사람들이 피곤하다. 하지만 상식적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게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재능을 원하느냐, 상식을 원하느냐, 우리는 재능을 원할 수밖에 없다. 제가 한때 문학을 공부했고 그 속에 잠깐이나마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저도 사람인지라 다 받아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싸움도 많이 한다. 못 견디면 저도 화를 낸다. 그럼 그쪽에서도 받아주더라. 피차 신뢰가 쌓인 거다, 이제."

-문학동네가 출판계의 블랙홀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판계의 삼성이라는 말도 있다. 일 좀 한다는 편집자, 글 좀 쓴다는 작가는 모두 빨아들인다는 건데.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이제 작가들은 더 이상 저희가 찾아 다니지 않는다. 스스로 오신다. 가끔 다른 출판사의 대표적 저자들이 오시는 경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도 거기서 내십시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과거 편집자로 일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게 있다. 좋은 인력이 출판계에 들어오게 하려면 두 가지를 줘야 한다. 연봉을 포함한 경제적 대우와 프라이드다. 제가 잘 대우해준다는 건 아니지만 노력은 한다. 고급 인력이 실망하지 않고 자기 재능을 꽃피우려면 전망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출판계에 그런 게 없다. 억대 연봉자도 드물다. 우리는 있다. 그래도 만족을 못하고, 월급쟁이 편집자로는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는 '네가 그렇게 뛰어나고 능력이 있다면 네 출판사 만들어 가져라'했다. 기획력이 정말 출중한 친구들은 자기 출판사를 자기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가질 수가 있는 시스템을 만든 거다. 문학동네 자본과 시스템을 이용해 임프린트를 만들면, 연봉 외에 순수익의 20%를 임프린트 대표에게 준다. 이게 잘 되면 주식회사로 등록해 계열사가 되고, 개인지분이 51%가 되면 독립할 수 있다. 실제 북하우스가 그렇게 독립해 나갔고, 계열사인 달, 글항아리가 머잖아 독립하게 될 거다. 이보다 확실한 전망은 없다."

-그런 손해나는 일을 왜 하는가.

"성공하면 저희도 도움을 받는 윈윈이다. 이런 전망이 없었다면 그들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했겠는가.

-그 많은 작가들과 일을 하려면 편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각별히 중요할 것 같다. 천부 팔리는 작가와 만부 팔리는 작가, 백만부 팔리는 작가를 차별 없이 대하는 법 같은 것. 실제 많은 작가들이 '작가를 대우해주는 출판사'라는 평가를 많이 하던데.

"하나만 빼고 똑같이 대접한다. 광고의 양. 그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외에는 선물을 보낼 때도, 만나서 술을 먹든 밥 먹든 다 똑같다. 주종에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웃음) 진심으로 모든 작가가 다 반갑고 고맙고, 오히려 책이 잘 안 팔리는 작가들한테 신경이 더 쓰인다. 그 좌절감과 절망이 내 탓인 것 같아서."

-오늘날의 문학동네를 있게 한 책들을 꼽아본다면?

"<람세스>와 <연금술사> 같은 책이 있었지만, 단 한 권만 꼽는다면 신경숙의 <깊은 슬픔>이다. 그 책이 50만부나 팔렸기 때문에 창립 1년 뒤에 계간지를 만들 수 있었고, 계간지 덕분에 신진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20년간 들었던 가장 가슴 아픈 비판과 가장 자랑스러운 칭찬은?

"비판은 너무 많고 아직도 극복이 안됐기 때문에 말할 수 없고.(웃음) 자랑은 문학동네 공모전 통해 발굴한 작가와 작품들이다. 문학동네의 존재 이유를 거기에 뒀었는데 그 점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공모전 아닌 상으로는 '젊은작가상'밖에 없다는 것이다. 좋은 문학상, 누구나 인정하고 신뢰하는, 우리가 상을 주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런 문학상을 만들고 싶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profile
    이종엽8 2014.08.06 10:55

    창립20주년 축하합니다.

    인터뷰기사 잘 읽고 갑니다.

    출판그룹 리더로 성공한 문학동네  강사장이 자랑스럽네.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500권이란 많은 책을 기부한 강사장 고마워.

    늘 건강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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