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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웠다.

무쟈게 더웠다.

한 시간 정도 물을 안 마시니 입술이 타들어갈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서 우리는 삼성산 학우봉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이런 날씨를 예상했고 각자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를 준비하라고 공지했다. 

화현이가 스틱에 걸려서 발목을 접질렸고

명호가 재빠르게 압박붕대를 꺼내서 발목을 감싸주더니 철규는 근육이완제까지 처방해준다.

베테랑 산악인이다. 철규와 명호는. 

일단 유사시에 배낭에서 구급의약품이 나오는 산악인은 경험상 만 명에 하나 정도로 보면 된다.

각자 오이도 꺼내먹고

기출이가 깎아 준 참외도 한쪽 씩 얻어먹고 힘내서 올라갔다.

삼막사가 보이기 시작하니 대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더 올라갈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패가 갈려서 반 넘게 삼막사로 내려갔고

나머지는 계속 삼성산을 향해 올라갔다.

전날 강수 결혼식 갔다가 계룡산 산행까지 해치우느라 무리했는지 호재까지 삼막사 행렬에 끼려는 걸 불러 세워서 함께 올라갔다.

삼막사에는 태용이가 효험을 본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다.


삼성산 정상은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이 강렬했다. 사막같았다.

사막의 나라에서 귀국한 병호로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늦게 출발한데다 1호선 관악역이 아니라 2호선 관악구청역에서 내렸다는 기발한 실수다. 아니다. 머나먼 사막에서 길을 찾아온 친구로서 그 정도까지 접근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무조건 택시타고 호압사로 오라고 했다. 그래야 석수능선길로 접어드는 우리와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삼성산에 오른 패들은 삼막사 주차장에서 점심 식사하는 선발대를 좇아서 밥 먹으러 내려갔고, 나는 호압사에서 오고 있을 병호를 찾아 나섰다. 초행에 나홀로 산행은 처음인 '길 잃은 양' 또는 '라이언 일병' 찾기가 된 셈이다. 철규와 태용이가 삼거리까지 함께 와주었지만 그래서 될 일은 아니다. 길목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철규가 갖고 있던 화현이 스틱을 받아 쥐고 능선길을 계속 갔다. 60대 또는 70대 머리 허연 이들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삼막사 주차장에서 막걸리 마시며 퍼져 있을 대원들이 본받을만한 모습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왜 이리 빨리 달아버리는지. 전화는 계속 오는데 전원은 바닥에서 달랑거리고 있다. 호암산 장군봉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병호는 기다리는 게 지루한지 부득부득 삼성산 쪽으로 오고 있다. 장군봉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장군봉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해서 계속 움직이는 모양이다. 운동장바위 K61지점이라고 한다. 통화상태까지 불량해서 문자로 날렸다. 거기 그대로 있으라고. 까딱하다가는 길이 엇갈려서 하루 종일 헤맬 판이다. 스틱도 버스에 두고 내렸다니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르겠다. K61지점에 가서 병호를 부르니 숲속에서 반가운 듯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멸추김밥과 열무김치, 막걸리 한 통, 얼음물을 꺼내놓고 조촐하게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막걸리 한 잔 들이키니 갈증도 가시고 뱃속이 든든해진다. 막걸리는 역시 배고플 때 마시는 술이다. 그 와중에도 병호는 사막에서 산 살로몬 등산화며 평양기생하고 술마신 이야기가 꼬리를 문다. 발목까지 오는 경등산화인데 좋아보였다. 장비점에서 제일 좋은 거 보여달라고 해서 샀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삼막사 주차장으로 가서 대원들과 합류할 지 아니면 원래대로 석수능선으로 하산해서 뒷풀이 장소인 관악역 앞으로 갈지 결정하는 문제가 남았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서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다. 일단 석수능선으로 진행하면서 병호 핸드폰으로 그런 내용이 전달됐다. 불영사 못미처서 석구상을 보고 한우물로 내려갔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사실 대원들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었다. 고교 시절 신림국민학교 뒷산에서 산줄기 따라 반나절 걸으면 도달하는 곳이 바로 이 삼성산 장군봉이었고, 한우물이었다. 그때는 연꽃이 피어 있어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산꼭대기에 연못이 있고 거기에 꽃까지 피어나다니 말이다. 하여튼 병호에게라도 보여줬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석수능선은 숲길이 좋았다. 

삼막사계곡으로 내려간 대원들을 다시 부르고 싶을 정도로.


다섯시쯤 됐을까 관악역앞 순대집에 가니 벌써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파장 분위기다.

반갑게도 병주와  용석이가 와있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마시고

길었던 뙤약볕 산행, 전반 삼성산, 후반 '병호 찾기 산행'을 마쳤다.


* 비록 짧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홀로서기 산행을 경험한 병호야 축하한다.

산은 그렇게 오르는 거야.

잘못든 길로 지도를 만들듯이.

  • profile
    (梅山)권화현6 2012.06.22 10:18

    삼성산 정상까지 따라 갔건만 저질체력을 실감하고

    내려가서 막걸리를 먼저 먹고있을 친구들을 생각해서

    정상에서 내려왔다.....

    긴 기다림 덕에 주차장에 퍼질러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훤헌 대낮에 펼쳐 놓은 술판이 과히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았당...ㅋㅋㅋ

     

    그리고, 하산후 술판에서

    대장 왈..." 고생끝 행복 시작인 지점에서 하산을 했단다....." 이런 심플!!!

    그럼 그걸 강력하게 말해야지.....

    뭐 빠지게 올라갔건만...내겐 행복 시작이 없었다는..."이런 18"

    암튼 오랫만에 라이언일병을 구한 대장께 경의를 표하는 바다.

    그 몸으로 오이도까지 갔다니 존경하오...요산!!!

  • profile
    이덕용 2012.06.22 10:43
    우선이 글을 읽으니 그날의 친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화현아..우리가 18기라서 그런가? ㅎㅎ 말 마무리마다 잘 할 줄도 모를 것 같은 18 ㅎㅎㅎ.
    화현이 댓글 읽으면 막힌 속이 시원해....
  • profile
    (梅山)권화현6 2012.06.22 11:02
    18은 18기 화이팅 같은 추임새라오.....ㅎㅎㅎㅎ
  • profile
    채명호 2012.06.22 11:04

    우씨 압박붕대는 내꺼데...우선인 그날 고생하더니 내 이름도 까먹었나??? ㅋㅋㅋ 더운 날씨에 수고들 많았네.!!!

  • profile

    1339985131022.jpg

    삼성산가기 며칠전 마누라가 운동하다 발을 접질러서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하루 지나니 이지경이 됬다....

    아직도 절뚝거리고...ㅋㅋㅋ

    산에서 접질리는 일이 내게도 있던날

    명호의 압박 붕대와 철규의 비아그라? 그리고 신기출의 스프레이파스를

    즉석에서 처방한 나는 지금 멀쩡하다...고맙다 친구들아...

     

    어느것이 즉효를 냈는지는 모른다.....!!!ㅎㅎㅎ

    고약한 병에 온갖 약 들이 효과를 보았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요한건 이 처방 3개중 하나는 직효였다.

    상상컨데, 압박붕대의 역활이 지대한건 틀림없다..

    김에 등산가방 안에 압박붕대 하나씩 넣어 둘것...!!! 

  • profile
    (梅山)권화현6 2012.06.22 11:19
    철규가 준게 비아그라 맞지???
    냉큼 받아 먹었는데...
    저녁에 발동하는?? 이것두 발 접질린데 좋나 몰러???
  • profile
    (樂山)김우선 2012.06.22 11:52
    비아그라가 말이야 원래 심장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개발한 거라네. 심혈관 확장제라는 말씀이지. 그런데 이게 엉뚱한 거시기 혈관을 확장시켜서 딱닥하게 만들어주는기라. 한 마디로 대박난거지. 히말라야 고산등반 시에도 약사가 비아그라 처방을 해준다네. 뇌혈관에도 도움이 되니 산소운반능력이 좋아진다는 말씀. 서울대 예방의학과 조수헌 교수가 히말라야 원정대원들에게 위약과 비아그라 두 가지로 임상실험까지 해서 고산병에 대한 효능을 입증한 바 있지. 따라서 발목 혈관에도 좋은 영향을 줌으로써 통증을 완화시켰을테고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도움이 컸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 profile
    (樂山)김우선 2012.06.22 11:45

    앗! 압박붕대는 명호 배낭에서 나온 건데 미안~수정했다.

  • profile
    류태용4 2012.06.24 12:03
    명호가 압박붕대 꺼냈다고 썼건만 뭐가 불만인감?
  • profile
    (樂山)김우선 2012.06.22 16:33

    아~

    관악역앞 재동골순대보쌈집에서 남긴 음식들이 눈에 선하다.

    거기다 소주 딱 반 병이면~

    알래스카 맥킨리 가서 20일 정도 극한의 추위를 견뎌냈는데

    서울 가면 설렁탕에 파 잔뜩 넣어서 먹는 상상으로...

  • profile
    정병호2 2012.06.22 22:39

    고등학교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한 등산이 내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많은 친구들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버벅거리며 헥헥되던 내가 어느새 등산 마니아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산행과 관련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던 우리의 등산대장이 갑작스럽게 직지사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별의 시간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친구 우선이 새롭게 개척할 미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한다.


  • profile
    (樂山)김우선 2012.06.23 13:54
    고맙네.
    발전가능성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고.
  • profile
    류태용4 2012.06.24 12:09
    그래~~~우선아! 축하한다.내가 아들놈 때문에 2월에 월정사 템플스테이 갔었는데 참 좋더라.너의 해박한 지식과 템플스테이 잘 맞는거 같다.잘하고 있어 나도 한번 방문 할테니..
  • profile
    류태용4 2012.06.24 12:06
    직지사 뒷산이 황학산이던가(?) 그쪽까지 산행 구간을 넓혀 보자구..
  • profile
    (樂山)김우선 2012.06.24 15:53
    한나절 산행하기 좋은 코스다. 백두대간 마루금도 타고.
    직지사를 들머리로 해서 운수봉-황악산-형제봉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천천히 걸어도 다섯 시간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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