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산호설(梅山號說)」
「매산호설(梅山號說)」
1.
한 세대가 지난 후에서야 만난 고등학교 동창생 권화현은 그렇게 많이 변한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웃는 얼굴은 그전 그대로였고, 키도 딱 그만한 것 같았다. 사무실이 있는 마포에서 만나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이야기와 더불어 낮술도 몇 차례 마시고 산에도 몇 번 가보니 변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변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면모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그가 학교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시절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변함없는 그의 따스하고도 올곧은 심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
골프 모임을 비롯하여 건설인 모임 등 동창생들이 늘 많고 동기생들의 그러저러한 모임도 챙기고 홈페이지도 관리하면서 온갖 궂은 일 마다않는 권화현의 모습에서는 고교시절 늘 웃으면서 합장 배례하던 불교학생회장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착각을 느끼곤 했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전임 산악회장의 사정으로 중간에 연지산악회장을 맡았고, 그렇게 해서 동창회 일을 좀 더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갖는 회수도 더 늘어나면서 나는 최근에 만나는 친구들, 특히 산악회 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호를 하나씩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부터 사우(師友)들이 지기(知己)를 위하여 알맞은 호를 지어주고 관련한 글을 지어 함께 선사하는 일은 종종 있었던 아름다운 일이었다. 그것은 다정한 벗을 지기로 허여하는 동시에 한편으론 동지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며 소중한 우의를 계속하려는 바람 때문이었을 것으로 본다.
2.
사람이 살아서는 이름[生曰名]이라 하고 죽어서는 휘[死曰諱]라고 하는데, 이름은 진실로 소중한 것이므로 임금과 스승과 부형만이 비로소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관례(冠禮)를 이루면 이름을 대신하는 자(字)를 쓰게 되는데 주로 동배 이상이 부르는 것이요 아래 사람이 부르기엔 그래도 저어하는 바가 있었다. 하여 존비귀천과 상하노소를 불문하고 부르기에 편의한 바를 도모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호였다. 호 속에는 그 사람만이 가져서 풍기는 향기로움과 지향과 가치가 있으며, 역시 부르는 이만이 느끼는 특별한 믿음과 친애와 기대가 함축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3.
이제 불민한 내가 뜻한 바 있어서 주위 친구들의 호를 하나씩 짓고자 함에 감히 권 모의 이름을 대신하는 호를 매산(梅山)이라 짓고 부름에 있어 과연 그 뜻을 어디에서 취함이겠는가!
매(梅)는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운다는 매화이니, 사군자 중의 하나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아름다운 지조의 상징으로 꼽는데 있어 으뜸가는 나무이다. 물론 소나무나 대나무도 있지만 마침 권 모의 고향 합천 부근에는 영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는 해발 1108미터 철쭉꽃 명산 황매산(黃梅山)이 있으니, 어쩌면 매산이라는 호는 권모 한 사람을 위해 아주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던 것이요, 이는 실로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내가 권화현과 동문수학한 시절 이래 지금까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 씀이 한결같이 정성스러우면서도 진실하였고 행지(行持)는 미더웠으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늘 따뜻한 마음이 변함없었으니 역시 그에게 알맞게 부합되는 글자라고 여겨진다. 내가 생각하여 지은 것이 아니고 역시 마땅한 때가 이르러 주인이 자신에게 맞는 의복을 찾아 입음과 같은 자연함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삶도 역시 그러할 것인 줄을 알고 즐겨 부르는지라 梅山이 이를 어찌 모르리오! 이에 梅山은 더욱 힘써 정진함으로 동문들의 촉망에 부응함이 마땅할 것이다.
壬辰(檀紀 4345年) 孟夏之節에 金海人 金 某는 친구 권화현의 호를 梅山으로 부르며 거칠은 號說 한 편을 지어 올린다.
Who's (樂山)김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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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멋지고, 행복한 일이네....멋있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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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이거 너무 거~~창하여, 어디 숨고 싶네...ㅎㅎㅎ
암튼 새 이름을 받았으니,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재미있게 살아 가겠네....
기대어 사는 게 삶인데, 여기 동문들과 기대어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보지....
ps: 어째 자네 호설을 읽다보니 , 댓글도 호설체로 바뀌는군....
고마우이 樂山...
지난번 작호 기념으로 막걸리 먹고 머리 아펐는데 없었던 걸로 하고,
다음 낮술은 쐬주로 하자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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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용 명호도 호를 지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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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아! 내호는 지어놓고 설명이 없나, 반야심경 어디에 무설이 나오나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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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엔 없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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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에....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無 舌
(無 눈,귀,코,혀,몸,뜻 / 無 빛깔,소리,냄새,맛,촉감,생각)
위의 육근과 육진이 없으니
空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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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내가 깜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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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줄 설명을 화현이가 다 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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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성대를 위해서 쉽고도 멋진 호설 하나 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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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가 술 사는거 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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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연지콘서트 술을 성대가 계산 했는데....ㅎㅎㅎ
그때 뭘 먹었냐???
아님 다시 사야 하는거??? 성대 울겠는데...ㅍㅎㅎㅎㅎ -
성대 호설이 먼저인데... 좀 밀려있기는 하지만 다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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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현이의 호를 우선이가 지어 주셨구만.멋진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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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매산 화현은 의미깊은 호를 선사받음에 매우 기쁘터. 이제 언행에 좀 더 진중하여야 할것이야 ...추카 추카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