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086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갑내기 시인과 소설가의 시비


섹서폰 연주를 뒤로 하고 ‘쌍줄기 약수터’를 지나면 오르막 언덕길에 잘 생긴 단풍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또 하나의 시비가 반긴다. 소설가 이병주의 <북한산 찬가>를 새긴 것인데 잡초 무성한 가운데 외롭게 서 있다. 그 위로는 잘 다듬은 잔디밭에 김수영 시비가 새초롬하게 서 있다. 


두 문인과 친분이 있던 고 김장호 시인은 언젠가 한 번 “소설가로 돈 잘 벌던 이병주가 낸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가다 김수영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면서, 둘의 시비가 가까이 있는 걸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곤 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그 김 시인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


김수영 시인이 죽은 날짜는 1968년 6월 16일. 시비는 1년 후인 1969년 6월 15일 현대문학사가 주관하여 전체 문인들의 뜻을 모아 세웠다. 고인의 육필과 함께 생전의 얼굴 부조까지 한쪽에 넣어서 금방 눈에 띄는 ‘작품’이다. 매년 기일이 되면 가까웠던 문인들과 가족이 이 자리에서 추모하는 모임을 갖기도 한다. 


김수영 시인이 도봉산 자락에 이사 온 것은 생활고 때문이었다. 서울이지만 촌이나 다름없던 도봉동에서 양계업과 번역 일로 생계를 잇고자 한 이사였는데 그게 마지막 이사가 되고 말았다. 


잘 나가던 소설가 이병주는 말년에 도봉산과 북한산을 자주 찾았다. ‘친구의 배신’과 ‘애인의 변심’이 모두 자신이 그리 했기 때문에 초래한 결과라고 후회하는 그의 <북한산 찬가>에서는 노년의 쓸쓸한 심경이 절절이 묻어난다. 아무튼 1921년생으로 동갑내기 술친구이기도 했던 시인과 소설가는 죽어서 시비로나마 나란히 서서 쓸쓸함을 달래고 있다.


김수영 시비 바로 위쪽은 서울특별시에 현존하는 유일한 서원, ‘도봉서원’이다. 1970년대에 새로 지어서 그리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4백년 역사의 무게가 서서히 다가오는 곳이다. 오후의 비끼는 햇살을 받으며 단아하게 자리한 서원 오른쪽에는 2백 년 된 느티나무가 말없이 세월을 증거하고 있다.

[출처] 도봉산|작성자 Originalpleasure

  • profile
    권화현6 2012.05.22 10:03

    도봉산찬가 가 아니고 북한산 찬가라고...ㅎㅎㅎ

    그래 이제 잊지 않을 것 같네..

  • profile
    김우선 2012.05.23 14:23

    신출내기 기자들이 도봉산하고 북한산을 헷갈려서 오보를 내곤 하지.

    데스크에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신문에 나가는 거야.

    이를테면 도봉산 인수봉에서라든가 북한산 선인봉에서와 같은 기사 말이야.

    인수봉은 북한산에 있고 선인봉은 도봉산에 있는데 이걸 바꿔 쓰는 거지.

    그야말로 동서남북 못가리는 기사가 나오는 건데

    이병주의 북한산찬가가 왜 북한산으로 못가고 도봉산 김수영 시비 밑에

    와 있게 되었는지는 이제 충분히 알았으리라 믿네.


자유 게시판

자유로운 이야기, 하고싶은 이야기.../로그인 사용자만 보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홈페이지 로그인 안되는 동문은 4 (梅山)권화현6 2014.05.26 34323
공지 보이스 피싱 급증... (梅山)권화현6 2014.02.19 14302
공지 사랑방 주소 file (梅山)권화현6 2014.02.07 14372
881 14 일 모임의 뒤정리 9 (無舌)허성대2 2012.07.16 1062
880 12.12사태 후기.... 7 (草江)박범2 2012.12.13 1082
879 모교 후배들을 위한 특강을 마치고 1 file 김우선 2012.05.16 1084
878 박찬홍 감독의 드라마 "상어" 서포터즈 공개 모집 (梅山)권화현6 2013.04.22 1085
» 동갑내기 시인과 소설가의 시비 2 김우선 2012.05.22 1086
876 2013년 4월 산행에서는... 7 file (知山)김준겸4 2013.04.03 1088
875 2012년 정기 총회및 송년회 (1) file (梅山)권화현6 2012.12.15 1089
874 장호재 결혼식 축가 2 (梅山)권화현6 2012.12.15 1090
873 김인식 동문이 발송한 카톡메세지 (梅山)권화현6 2013.02.25 1095
872 3-7 최윤배 소식... file (梅山)권화현6 2012.07.03 1097
871 최윤배 동문이 연락 되었습니다. 4 file 장호재7 2012.07.10 1098
870 삼성산과 지운영의 ‘삼귀자(三龜字)’ 바위글 3 file 김우선 2012.06.04 1099
869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3 (樂山)김우선 2012.10.01 1099
868 2012 정기총회및 송년회 (2) file (梅山)권화현6 2012.12.15 1100
867 2012년 송년회에서 수여된 공로패 10 file (梅山)권화현6 2012.12.20 11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