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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과 지운영의 ‘삼귀자(三龜字)’ 바위글

 

 

그 산 꼭대기에는 연못이 있었고, 해마다 여름이면 수련이 피어났다.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빼고는 산에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던 시절의 일이다. 등산이라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어울려 삼각산이나 도봉산, 아니면 설악산이나 지리산 오르는 게 전부였으니,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서울 변두리 달동네 사람들이 기대고 살던 그 산을 지금처럼 배낭 메고 등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해인가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마을을 덮쳐 떼죽음을 당한 적도 있는 그 골짜기에 깔끔한 주택과 아파트 단지며, 학교가 들어선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장군봉 벼랑 위에 올라서면 멀리 서쪽으로 김포공항 활주로에 여객기 내려앉는 장면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왔고, 더 멀리 인천이며 서해 앞바다가 낙조가 마냥 아름답게 보이던 산이 바로 삼성산이기도 하다.

 

서울특별시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의 경계에 걸쳐 솟아있는 삼성산은 바로 북동쪽의 관악산과는 무너미고개를 사이에 두고 뚜렷이 구별된다. 비록 오백 미터도 채 안되는 작은 체구이기는 하나 당당하게 하나의 산으로 솟아서 삼막사며 호압사, 불영사, 반월암, 망월암, 안양사 같은 절들을 품고서 제법 오래 된 내력을 간직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삼성산을 금천현의 진산으로 적고 있으니, 과천 진산인 관악산과는 같은 진산으로서 대등한 입장인 셈이다.

 

삼성산은 한때 북서쪽의 장군봉과는 능선으로 이어지면서 그 사이에 깊지는 않으나 내밀한 계곡을 품은 적도 있었다. 결국은 채석장과 경인교육대학교에 계곡을 모두 내주면서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지만, 늘 그렇게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고도 아무런 말없이 지내온 세월, 산허리로는 터널과 길이 나고, TV 방송과 통신용 안테나로 빼곡히 들어찬 산꼭대기까지 다 내주고 나니 이제 삼성산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줄만한 게 없어 껍데기만 남고 말았다. 더러는 떼로 몰려다니는 산꾼들로부터 산도 아니라는 욕설을 듣기도 하지만 ‘무(無)’의 경지에라도 든 듯, 삼성산은 여름날 한가롭게 떠가는 하늘의 흰구름처럼 마냥 자유롭기만 하다.

 

그 옛날 원효와 의상, 윤필이 더 높고도 잘 생긴 관악산을 마다하고 부러 이 산에 들어 세 개의 초막을 짓고 수도처로 삼은 것도 어찌 보면 필경 오늘과 같은 일이 닥칠 것을 예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여 제 몸을 모두 바쳐 ‘성(聖)’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니, ‘삼성산’은 이미 그 이름에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비워야 하는, 그만한 팔자가 담겨있었던 게다.

 

삼성산은 TV 방송용 중계소가 있는 꼭대기까지 찻길이 나는 바람에 참 볼품없이 돼버리기는 했어도 삼막사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바람에 그나마 산으로서의 품위는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석굴이며, 오백년생 느티나무 등이 그러한 품위의 바탕을 이루는데 사실 이 절의 내력을 알고 나면 삼성산이 그토록 처참하게 망가질 때까지 방치해온 사람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다.

 

삼막사는 신라 말 도선이 중건하고 관음사(觀音寺)라 불렀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중수하고 다시 삼막사로 고쳤다. 조선 전기에는 무학이 한양 천도에 즈음하여 절을 중수하고 국운의 융성을 빌었으니, 이 때부터 ‘남왈 삼막(南曰三幕)’이라 하여, 동 불암사, 서 진관사, 북 승가사와 더불어 서울 주변 4대 명찰의 하나로 꼽혔다. 원효와 의상, 윤필과 같은 고승 뿐만 아니라 도선, 왕건, 무학과 같은 쟁쟁한 인물과 깊숙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고려와 조선 두 나라의 국운과도 심상치 않은 관계가 있었던 것이니, 삼성산과 삼막사는 결코 가볍게 볼 대상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 profile
    류태용4 2012.06.04 15:05

    20년전쯤 결혼하고 나서 애가 안생겨 삼막사 뒤 칠성당에 올라가 소원빌고 조금아래 남근석과 여근석을 쓰다듬으며 소원빌면 애가 생긴다 하기에 마누라와 같이 올랐던 기억이 있네.마침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남근석과 여근석을 쓰다듬던 부부를 보았는데 같은 처지라 연민의 정이 느껴 지기도..남들이 보면 얼마나 측은해 보였을까? 그부부는 그후로 애를 가졌을까? 궁금해 진다.ㅎㅎㅎ

  • profile
    김우선 2012.06.04 15:26

    삼막사 칠성당 근석은 효험있기로 이름난 곳이라...

     

  • profile
    이덕용 2012.06.04 18:10

    아이는 언제라도 원하면 얻어지는 줄 믿었는데, 

    가족계획도 전혀 모르는 우리 부부에게 

    24년 전 외동아들 하나 달랑 주시고는 안 주시네. 

    (우선이가 쓰는 글의 애독자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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