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3 13:41

술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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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1&2



저 술 한잔했습니다.
그러니 글 맛이 주인 닮아 조금 시원찮아도 그냥 넘어 가십시오.
온 종일 나리는 비에 지친 마음이 살난스러워 지거나
서편 황혼 빛이 설핏해져 사늑해진 마음이 되어버리면
저는 살가운 사람을 만나 보고 싶어집니다.

평상시는 표정도 없고 말 수 또한 적어 제대로 생각은 하고 사는 사람인지
의심마저 드는 어수룩한 차림의 그런 사내의 인간적 흐트러짐을
훤한 대낮엔 알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순진이 진실로서 드러나게 되는 장면을 꽤 좋아합니다.


대개 그런 분들은 술을 사랑합니다.

저 역시 그리 사는 족속에 끼고 싶어 이 날 이때까지
술 못하는 사람하고는 밤 시간대엔 상대를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고많은 날 시계추처럼 정해진 시간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집엔
도둑도 털기가 편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야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 염탐하러온 친구들이 시간을 못 맞출 겁니다.
제가 그동안 겪은 바로는 낮 시간과는 별개로 애주가 치고
허풍 없는 사람 없고
따스한 인정에 의리 없는 사람이 없다 이겁니다.
완전 호인들이지요.
이런 호인들하고 친해 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냐 ..
제가 속 쓰린 덕분에 얻은 산지식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애주가는 첫째 마누라한테 져주는 척을 잘하면서 줏대를 잘 지킵니다.

마누라가 오늘도 술 푸느냐 떠들어대면
“나 오늘 절대로 안 먹어, 걱정 말래도 뜨신 물 데워 놔, 일찍 갈게.”
하고서는 또 그 자리서 계속 마시는 줏대가 철철 넘쳐야 한다 이것입니다.
그게 바로 애주가의 정신이고 따스한 대화가 시작되는 발로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애주가들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숫하게 마누라 속이면서
줏대대로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애주가 선조가 어렵사리 이루어 논 전통인데
갈수록 후배들이 허약해져서 그게 큰 문제입니다.
후배들이란 것들이 쩨쩨해져서 다음날 ‘술이 웬수’로 시작해서 꺼벙한 척
분위기를 맞추는 측은한 신세로 전락했습니다만 줏대가 이어져 내려 온 집은
여전히 해장국을 대령하여 먹습니다.



둘째 애주가는 술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전천후로 가리지 말고 몇 차 따지지 말고
폭탄주든 회오리 주든 뭐든 간에 시시 때때 들어가 섞이면 짜릿해서
기분이 아슴아슴 해지는 정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술 드는 등급은 시중에 주선 8단까지 등급을 매겨 많이 나도니 생략하겠습니다만
술은 못하지만 같이 어울리고 싶어서 실력을 향상시키겠다 하는 분들을
위해서 한 말씀드리면 그야 뭐 실전이 최고니
실습을 자주 해야하는데 처음엔 카스광장에 가서 마실 만큼 스스로 자작을 하고
자신이 생기면 원 샷을 시도 해보시고
괜찮다 싶으면 진도를 나가 500CC를 연습삼아 대여섯 잔 마시다가
최종적으론 빨대로 생맥주 1000CC 짜릴 단숨에 빨아서 마신다 이겁니다
거기에 맛을 보고 어디 소속의 술인지 알아 맞추면 대화의 광장에 곧장 참여가
가능한 것입니다.



셋째 애주가는 마시는 날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이 술값을 내는 겁니다.

더치페이니 뿜빠이니 그런 말은 조선 술 역사에 없는 말로서 폼잡는 건
제일 기분 좋은 놈이 해야 보기가 좋은 것으로 그래서 이차, 삼차가
이어지고 의리가 자연스레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내일은 쪽박을 찰지언정.



넷째 애주가는 가끔가다 폭탄선언이나 뚱딴지 발언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안되면 헛소리라도 해야 합니다.

“나 내일 일 낼 거야, 말리지마.”
뭐 이런 술 맛 나는 식의 얘기가 거침없이 쏟아져야 반은 술안주 깜이 되고
동질화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 글 맨 처음에 한 이야기 술 안 하는 사람은 밤 시간대엔 사절이란 표현이
바로 여기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눈 멀뚱멀뚱 떠 가지고 감정이 제대로 일어나겠습니까.
얼큰해서 삼삼 게슴츠레 해 가지고 마음이 허비적거려야
진실의 광장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한쪽은 감정에 푹 빠져서 허우적대는데
한쪽은 땅콩 축 내며 사리 분명한 표정으로 때글때글 주시하면
뭔 이야기를 할지 멈칫하고 한 얘기도 내뱉자마자 쌀쌀해집니다.
만약 말실수라도 해 보십시오.
애주가들이야 그쯤 대면 내가 너고 네가 바로 난데 뭐가 대수냐 할 것인데
그렇지 않겠지요.



다섯째 애주가는 절대로 시간에 쫓기면 안 된다 이겁니다.

술 마시다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사라진다거나 시계만 열나게 쳐다보면
그 날 산통 다 깨는 겁니다.
마실 땐 지금밖엔 모르고 내일은 무조건 잊어버리는 고도의 의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서울에 갔다 제시간에 돌아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때 기차에서 깨서 보니 김천이고 밀양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애주가의 참혹하고 속 쓰린 낭만입니다.
애주가들 이해가 잘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애주가는 호인입니다.
그 말 믿으시지요.




( 술꾼인 나란 사람)



서울로 유학을 간 아들이 며칠 째 소식이 없다. 다 큰 녀석을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뭣하여 지켜만 보는데 녀석의 술잔치가 무척 걱정스럽다. 사발 식은 여전하며 그것도 두주불사로 유명하다 하는 학교니 신입생인 녀석은 그쯤이면 술이 술이 아닐 것인데 어찌 버텨내나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애비를 닮아 술을 좀 하니 그것이 다행이라 할까. 아니면 받지도 않는 술 퍼 먹이기야 하겠는가 싶기도 하니 차라리 한 방울도 입에 못 대는 녀석이 훨씬 나은 것이 아닐까 싶고 여러 생각이다.  저래 취해 젖다보면 결국 애비 꼴 될텐데 그 처량함을 어찌 두고 보는가.


술 한 말은 못 지고 가도 마시고는 간다고 하던가. 그 말이 꼭 맞는 말이다. 나란 사람은 서울에만 가면 문제다. 끼리끼리 만난다 하더니 그 말대로 내 경운 대개의 친구가 술꾼이다. 그런 친구들은 내가 서울에라도 행차를 할 것 같으면 마침 잘되었다 하는 심산으로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아내에게선 지금도 여전한 눈총인데 알고 보면 참으로 억울한 처사다. 나는 친구들 때문 번번이 차를 놓치곤 한다. 한 말을 다 비우고서야 놓아주는 친구들이다. 이쯤이면 귀가길 겪는 사연도 참 많다.



난 막차 시간을 대충 다 외우고 다닌다. 대전가는 KTX는 10시 반, 일반기차는 12시5 분, 고속버스는 대전행은 10시 반쯤 심야 우등으로 유성 행은 12시이다. 그러니 술 마시는 입장에서 제일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은 고속버스라 으레 마지막 순례는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인 교대역이나 그 주변이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그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지막 한 잔이 꼭 문제이다. 일어서려면 그것 마시면 정확하겠다는 통에 마시고나면 아슬아슬 놓치게 되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떠난 차를 어쩌겠는가.



친구도 갔고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어떤 때는 대전행이 끝이 났으니 진주행을 무작정 올라 탄 적도 있다. 텅텅 빈 칸에 올라타서는 고속도로 한가운데까지 진입 할 때 까지 가만 앉아 있는다. 이젠 내려놓을 수도 없다 할 쯤 기사아저씰 찾아간다. 보아하니 술은 억수로 취하였다 싶으니 어쩌지 못하고 아저씬 대전 톨게이트지점에 떨쳐놓고 가는 것이다. 재수 좋게 표 검사 안하고 용케 올라섰으니 그렇게라도 왔지 평상시는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대개는 터미널 옆에 번개차가 서있다. 난 번개차란 것을 세 번 정도 타보았다. 한 번은 서울역에서 타 보았는데 기가 막힌 것이 부산까지 가는 사람이 기차를 놓쳐 탔는데 대전에서 그 기차를 잡아주는 조건으로 번개 차를 탄 것이다. 믿어지지 않았다. 대전까지는 휘어진 도로가 없기에 쫓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손님은 약속한대로 대전서 기차역을 향하였다. 그러니 그 상황 그 차 속도에 대해선 상상이 가능하리라.



차라리 술이 잔뜩 취한 것이 천만다행이라 하였다. 그런 나는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번개 차는 안타리라 하였는데도 막상 닥치니 어쩔 수 없이 또 올라탄다. 술이 워낙 취하여 타자마자 잠이 들었었다. 자다 잠이 깨어보니 차가 서있는 것이었다. 다 왔나 싶어 주위를 살펴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차는 난간에 겨우 버텨 서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고속도로도 아닌 일반국도의 다리난간에. 동승한 손님이 청주라 하여 국도로 오다가 깜빡한 사이 그렇게 된 것이라 하였다. 이후 난 다시는 번개 차는 안탄다.



그러다보니 올 길이 또 막막해진다. 어느 땐 오기를 포기하고 아예 터미날 안에 찜질방에 누워보기도 하는데 바글바글한 사람들 덕분으로 잠 한 소금 못자고 그것도 못할 짓이다.  어떤 땐 아예 새벽6시까지 술을 마셔버린 적도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정말 못할 거였다. 기차를 딱 맞추어 탔으면서도 지나쳐 밀양에서 한 번, 김천에서 두 번 내린 적도 있는 위인이니 사실 제 시간에 타도 문제이다. 버스에선 마려운 오줌이 보통문제가 아닌 것이다. 심야버스는 중간에 쉬는 법이 없다. 그 고통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  



술꾼 알고 보면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한다는 것이 해장을 하면 그만 까맣게 잊고 만다. 나이가 들면 나아지나 하였더니 그렇지도 않다. 얼마 전 서울서 출간기념회를 마치고 또 그 술친구들하고 안양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좋은 날이니 퍼마시자 하였더니만 역시나 갈 길이 또 막막해지고 말았다. 수원까지 가서 천안까지 어찌 내려가면 연결해 안 가게  될까하여 수원까지 간 것인데 방법이 없다.


할 수없이 아침 기차 생각하며 역 대합실에서 버텨 볼까하고 들어섰는데  그나마 빈자리도 없다. 택시를 타고 대전까지 그냥 내려올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다. 그 돈이면 생맥주 70잔도 더 나오는 값인데 말이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퍼 마실 만큼 퍼 마신 술꾼은 이제 정신 차려 알뜰살뜰 살 때도 되지 않았는가. 내 글 어딘가 술꾼이 좋다하는 말은 그 글에 써 있는 대로 술 취하여 한 말이니 귀담을 것도 없다. 술은 자제하는 것이 좋고 아예 안하는 것이 더욱 좋다. 허나 내일 아침 또 해장 하고나면  이 말 또한 달라지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 사이 술 발로 글 하나 뚝딱 하였더니 술기가 다소 가신다. 술꾼은 그러기에 참혹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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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id=style style="LINE-HEIGHT: 20px"><UL><UL>
술 한 잔 - 정호승 시/김현성 곡.노래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UL></UL>
<PRE><SPAN style="FONT-SIZE: 10pt; LETTER-SPACING: 0px">


<SPAN id=style style="LINE-HEIGHT: 20px"><UL><UL>


</UL></UL>
<UL></UL>
<UL></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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