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용기

by 김기복 posted Oct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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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그제 MBC 'PD수첩'을 보았는지?

한 영관 장교가 군율을 어겨가며 방송에 직접 출연하여 자기가 속한 군조직내 납품과 관련된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과정 속에 얼마만큼의 사심이 작용했는지는 알바 아니지만,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여겨졌다.

또 한편 우리보다 나이 어린 그 장교가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조직이나 단체든 그 조직을 좀 먹고 병들게 만드는 부류들은 꼭 있다고 본다.

물론 용인될 수 있는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선을 긋기가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촌형의 아들 그러니까 조카의 결혼식에서 들었던 주례사가 떠올랐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하루가 즐거우려면 면도를 하거나 화장을 하고, 일주일이 즐거우려면 머리를 자르거나 만지고, 평생이 즐거우려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영국속담이 있다 - 중간은 잊어버렸다- 그래서 평생을 즐겁게 살려면 정직해야한다는 주례사였다.

그때는 대충 넘겼지만 이 방송을 보며 그 때 들었던 주례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얼마나 정직하게 이 세상을 살았고 또 내가 속한 조직의 부조리나 잘못에 대해 용기를 내어 고발해 본 적이 있는지?

나름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비리나 부조리에 대해 불이익이 두려워 또 나이를 먹었다는 핑게로 침묵하고 외면해 왔던 것 같다.

 

내가 속한 이 연예계 바닥도 모든 것이 깨끗하다고 내세울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본다.

옛날 노조 활동할 때 리서치한바에 따르면 캐스팅과정과 출연과정에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사무국장인 나는 위원장에게 본보기로 대표적인 두 명의 PD의 비리를 까발리자고 건의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만약 그 때 내가 주장했던대로 일이 전개되었더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드라마 한 편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본다면 그때 내 주장을 접은 것이 잘한 것 같기도 하다만 결코 잘 했거나 용기있는 처사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나쁜 인간보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 희망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며 정직하고 깨끗하게 평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도 차이지만 모두가 흠집있고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 영관장교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며 앞으로 정직함을 잃지않고 깨끗하게 살 것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해 본다.

그래서 평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

정직하다면 정말 두려울 것이 없질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