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4 20:47

자작나무숲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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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의 선물


‘꿩의 보은 설화’를 간직한 원주 치악산은 그 들머리에 있는 ‘황장금표’와 ‘금강소나무숲’으로 유명하다. 구룡사까지 이어지는 금강소나무 숲길은 활엽수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해 들어오면서 이제 옛날처럼 무성하지는 않아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기개와 품격은 여전하다. 심재가 누런 빛이 난다고 하여 ‘황장목’이라고도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독점했다. 금강소나무숲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황장금표’라는 표석을 세워 일반인들이 베어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룡사 금강소나무 숲에 들어서면 흡사 속계와 선계를 잇는 신비로움까지 깃들어 있어 누구든 상쾌한 기분이 되고 행복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끝도 시작도 보이지 않는 길 중간쯤 적당한 곳에는 벤치까지 놓여 있어 잠시 머물며 사색에 잠기는 여유를 더한다. 치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는 이 금강소나무숲에서 시작하여 구룡폭포와 세렴폭포, 사다리병창 거쳐 비로봉에 이르는 길이다. 치악산 계곡 가운데 으뜸인 구룡계곡에서는 구룡사 지나 바로 나오는 구룡폭포가 인상적이다. 특히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짙푸른 소는 ‘아홉 마리 용’을 쫓아내고 절을 세웠다는 구룡사 창건 설화를 뒷받침한다.

 

구룡폭포와 야영장 지나 세렴폭포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여기까지가 딱 알맞다. 그러나 세렴폭포 이후, 사다리병창에서 비로봉에 이르는 길은 코가 닿을 만큼 급경사라서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는 치악산의 또다른 명성을 입증한다. 돌탑 세 개가 지키고 있는 비로봉에서는 남대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지리산처럼 장쾌하다. 다리 힘에 자신 있는 이들은 남대봉으로 해서 상원사로 내려가는 종주 등산로를 택하기도 한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북한산과 같은 명산의 그늘에 가려서 치악산은 늘 밀리는 편이지만 이 산기슭에는 평생을 치악산 사진만 찍는 작가 한 분이 산다. 원주가 고향인 원종호씨다. 원래 미술을 전공한 그는 한국산악회 회원으로서 꾸준히 산악활동을 했고 산에 오르는 틈틈이 치악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치악산을 찾는 작가들이 별로 없던 시절 그가 카메라에 담아둔 치악산 사계 사진에는 고향의 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생업으로 해오던 사료대리점을 정리하고 새말에서 ‘자작나무숲 미술관’을 연 원씨에게는 최근 ‘횡재수’가 생겼다. 늘 작품의 소재로서 좋아했기 때문에 이십년 가까이 가꿔온 자작나무숲이 그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백화점에서 고가로 팔리는 핀란드산 자작나무 수액 못지않은 토종 자작나무 수액이 그야말로 ‘목돈’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정말 놀라운 변화는 원씨 자신에게 일어났다. 유독 봄을 많이 타서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던 그가 자작나무 수액을 장복하면서 새벽부터 일어나 만여평에 이르는 숲을 가꾸는 ‘괴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십여년 만에 만난 그는 필자가 보기에도 확실히 ‘회춘’의 경지에 들어선 외모였다. 강원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도전과 이를 이뤄내고자 하는 의지로 충만한 그의 눈에서는 곧 탄생할 멋진 작품들의 면면이 보이는 듯했다.


 

한겨레신문 2008년 5월 11일

김우선

산따라 사람 따라 -원주 치악산

 

  • profile
    권화현6 2012.03.15 09:39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는데

    우연찮게 지나 보내기도 하고, 내앞에서서 서성이기도 하고

    안가고 기다려 주기도 하고...그런게 아닐지

    자작나무 수액 한번 맛보고 싶네..,,!!

  • profile
    김기복 2012.03.15 13:29

    저런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부럽네.

    하지만 한적한 저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심심하고 외롭겠지...

  • profile
    김우선 2012.03.16 05:52

    사진가로서의 삶이 그리 한가로운 것은 아니더군. 자신의 작품 활동 뿐만 아니라 사진 강좌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야. 게다가 1만 그루나 되는 자작나무 숲을 가꾼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팬션도 서너채 있고, 자작나무 수액을 보관하기 위한 저온창고까지 갖추고 있어서 혼자 힘으로는 관리가 안될 정도라네. 절대로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나 할까. 느닷없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노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분 등등...

  • profile
    권화현6 2012.03.16 09:18

    보는이에게는 여유 있어 보여도

    여유있는 삶이란 쉽지 않은듯허이...

    내가 하는일도 가끔 보는 사람은 한가하게 보여도

    하루 하루가 전쟁이다.

    늙는다는게 어떨땐 고맙지....기력이 떨어져 쉴수 밖에 없으니...ㅎㅎ

    전쟁하고....쉬고를 반복하는게 삶.

    이제 이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 쉬는 시간이 더 길어 지겠지...

    그런 의미로 더 많이 버는 것 보다 , 훨씬 덜 쓰는 연습이 필요한 시간이 다가온다.

    열심히 연습해야지...불편해 지지 않도록...!!

    돈이 적은건 불행해 지는게 아니라 아주 조금 불편해 지는것.

     

  • profile
    김우선 2012.03.16 09:44

    모그룹 중역 3백여명 대부분의 은퇴 후 희망은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었지.

    그러나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람은 딱 한 명.

    벌써 십여 년쯤 전 이야기인데

    시골 살면서 한 달에 20만원쯤 돈이 나가는데

    그게 대부분 동네 경조사비였다는 거야.

    그 동네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면

    전원 생활도 허사라네

    끼워주지 않으니

    짐꾸려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씀씀이 줄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모든 면에서 내핍 생활을 체질화시켜야 하는거야.

    원자력발전소 없애려면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전기와 물을 아껴써야 하는데

    (지금 쓰는 양의 반을 줄여야...

    승용차 굴리는 것도 마찬가지)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식과

    사회 전체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는데도

    문제점이 있다네.

    내핍

    군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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