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9 11:43

철새

조회 수 181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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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산공단에 출장을 갔었다. 일을 마치고 때 늦은 시각 막 식사를 하려는 데 누군가 쓱 방에 들어선다.  객지의 곳인데 들어오는 그가  낯이 익다. 가만 보니 과기부장관을 지냈던 분이다. 내 근무처가 과기부와 유관하니 당연 쉽게 알아볼 그다. 그때는 먼발치에서나 바라보았던 그인데 그가 넙죽 절을 하며 두 손을 꼭 잡으니 닿는 느낌이 묘하다.  어느덧 또 총선 때가 되었나 보다.


이번에 그는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했다.  지조 없이 이리저리 옮기지 아니하고 홀로 나선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그이고 보면 이쯤에 흔한 정치판 철새는 아니라는 것을 꼭 전달하고 싶은 모양이다. 철따라 옮겨 다니는 철새. 그 의미로서 때가 되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기는 정치인들을 가리켜 우리는 또 정치 철새라 부른다. 비하하는 표현에 가까운 그 말을 떠올리자니 문득 철새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철새의 꿋꿋한 지조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다.


때에 맞춰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간다 해서 지조 없고 소견이 불확실한 양 매도하는 것은 철새에게 큰 실례가 아닐 수 없다. 그들처럼 규칙적이고 강한 의지의 소유자들은 이 세상 에 없다. 철새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북부에 사는 검은 머리 솔새는 가을마다 남미로 날아가는 데 3800㎞에 달하는 비행거리도 놀랍지만 이를 나흘 만에 주파한다고 한다. 실로 경이로운 체력이다. 나흘 밤낮을 꼬박 날아가면서 솔새의 체중은 반이나 준다한다.


체중을 비행 연료로 간주한다면 연비는 무려 ℓ당 27만5000㎞에 달한다. 우리 주위에 흔한 제비 역시 먼 필리핀이나 호주에서 날아온다. 그러한  철새의 신비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부분은 철새가 어떻게 목적지를 분별하는가 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철새가 동서남북의 방위를 인식하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1957년 유럽의 학자들은 찌르레기(starling)가 남북을 구별하는지를 실험했다. 북유럽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는 찌르레기 1만1000마리를 중간인 네덜란드에서 낚아챈 뒤, 남쪽으로 160㎞를 더 이동한 뒤에 풀어줬다. 하지만 찌르레기는 이상 없이 원래의 목적지로 날아갔다. 10년에 걸친 이 실험에서 찌르레기는 자신이 남북 어디에 있는지를 분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철새는 어떻게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비행을 정확하게 해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새들이 지구 자기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고도 있으며  지구 자기장 같은 외부 환경과 무관한 내재적인 내비게이터를 갖고 있다는 가설도 있다. 철새에 내비게이터 유전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어떤 이는 기러기 같은 이동의 리더의 역할을 들어 경험적인 훈련을 말하기도 한다. 갖가지 추론과 실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새의 내비게이터는 신비의  불가사의이다.


그러한 신비의 철새를 한낱 때 맞춰 이동하는 의미의 제한으로 접목을 시키는 것은 무리이지 싶다. 나는 해마다 우리를 찾는 새에 대해 강한 생명력에 더하여 깊은 정서를 느낀다. 우리와 친숙한 제비, 뻐꾸기 , 파랑새, 뜸부기가 모두 여름 철새들이고 우리가 잘 아는 고니 , 기러기, 두루미 등이 겨울 철새들이다.  잠시 우리 땅을 경유해서 떠나는 일명 나그네새라 불리는 도요새나 제비갈매기들도 있다. 제일 높이 오른다는 신비의 도요새는 호주에서 알래스카까지의 비행경로를 갖고 있다고 하니 가요에 나오는 ‘ 도요새의 비밀’이란 노래도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참새나 까마귀, 까치,  꿩같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 텃새도 있고 장다리 물떼새 , 군함조 같은 태풍이나 기후변화 때문에 원래 서식지를 벗어나 사는 길 잃은 새도 있다. 그런 다양한 새들 중에 내가 특히 흥미를 갖는 것은 철새들이고 그들의 이동에 대해서다. 천수만이나 금강하류에 찾아온 겨울철새들을 보면 그 수에 놀란다. 그런 겨울철새가 가을추수철에 찾아온다 하면 우리나라 논밭은 어찌 견뎌낼까 싶고 봄에 찾아오는  파랑새나 제비가  몸집이 황새만하다면 또 어떨까 싶다.

겨울 철새가 추운 겨울에 찾아오고 여름 철새가 추위를 못 견뎌 때맞춰 이동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고맙고 또  그것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마다 먼 거리를 날아다니면서도 정한 삶의 시간을 지키는 철새, 마치 인류와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이 위배 없이 사는  그들을 보면 삶의 숙명이란 주어진 대로 제대로 살아야 할 도리라는 것이 깊게 다가온다. 며칠 전  우리나라 국보 제 1호인 숭례문이 방화로 불에 타버렸다. 잡힌 방화범이 한 말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이 짧고 앞뒤가 없는 경우나 비하할 때 흔히 새머리라고 하는 말을 쓰는데 과연 우리가 새에게 아둔하다고 할 수가 있을까. 돌아오는 길 안산 습지 공원에서 떠날 차비를 서두르는 철새들을 만났다.  습지 한가운데 한 녀석이  푸드득 일어서자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 열중인 철새들이 일제히 창공으로 솟는다.  갈대가 마구 흔들리며 그들을 배웅하는 그런 정경을 보자 문득 때가 되면 가는 그런 우리는 모두 철새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서걱서걱 밀려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텃새로 군림하려 들거나 길 잃은 새로 사는 것은 또 아닐까 모르겠다. 


영토를 지키려 자기들끼리 싸우는  까치를 보거나 뜻도 없이 재잘거리는 참새를 보면 가소롭게 여길 때가 종종 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하면서 강가를 노닐다가 뿔뿔이 흩어지는 길 잃은 물떼새를 보면 또한 안쓰럽다. 그것이 텃새의 생리이고 길 잃은 새의 허망함인가. 이에 비해 철새는 가상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만한 비행을 생각하는 철새에 대해 경의와 애틋함을 갖는다. 비록 긴 여정에 철새는 고달프지만  그로 강해지고 제 길을 두려움 없이 떳떳이 간다. 삶의 고귀한 뜻은 철새의  비행처럼 그렇게 먼 거리에 놓여 있는 것이며 그로  멀리 떠날 비행을 꿈꾸며 살 존재가 바로 지상에 텃새처럼 버티며 사는 내가 아닐까.( 2008 2 13)

 

 

 



 

  • profile
    조성원10 2012.02.19 11:54

    글의 배경으로 음악이 깔리면 좋을텐데  시도를 해도 잘 안되네요.  무단복사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내가 주범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 '500  miles ' PETER, PAUL& MARY 이노래가 이 글에는 어울립니다. 참 그리고  어제는  박찬호 이광석 신창수 우왕돈  정철운 노정호  김시왕 계기성 이영근과 함께 즐거운 시간 대전에서 가졌다.

  • profile
    권화현6 2012.02.20 09:20 Files첨부 (1)

    찬호가 새로부임한 회사의 본사가 대전 이라더니

    대전 모임이 이루어 졌나보네...왕돈이는 잘있나 몰러...가끔 대전 소식 올려주게나..ㅎㅎㅎ

    그리고, 노래 올리는거는 연습을 해보니 두가지 가 문제더만.

    1) 저작권문제

    2) 파일 용량의 문제인데 덧붙이는 화일크기가 2mb가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 문제

       2mb가 넘어가면 파일 첨부가 안되는데, 이것을 키울 수는 있는데 이걸키워서 용량이 큰 파일이 많이 올라가면 그 다음 홈페이지 전체 용랼을 키워야 하는 문제에 봉착이되고..ㅎㅎ

    더불어 큰 파일을 많이 내려 받게되면 하루 정해진 트래픽에도 문제가 생기더라구...ㅋㅋ

    3) 결론은 성원이가 같이 듣고 싶은 음원이 있으면 내게 멜로 주시게

        내가 최대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파일 가공해서 붙여 줄터이니.... ㅎㅎㅎ

    4) 홈피관리자는 첨부 파일의 크기가 10mb까지 되는 것을 확인했고 연습으로 동건회게시판에 노래 하나 붙여 보았네...ㅎㅎㅎ

     

    watch[1]

  • profile
    김우선 2012.02.20 02:17

    철새 잘 읽었고

    이광석이나 정철운의 근황이 궁금하네. 요즘 어떻게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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